[길섶에서] 이판사판/노주석 논설위원
수정 2009-09-29 12:00
입력 2009-09-29 12:00
당시 승려는 도성 출입을 금할 정도로 천민취급을 당했다. 이판승이든 사판승이든 더는 떨어질 곳이 없는 막다른 처지였다. 뾰족한 대안이 없거나 끝장을 뜻하는 속셋말로 쓰였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당시 승려들이 이판사판으로 나눠 각각 정진하지 않았다면 오늘의 한국불교가 과연 존속했겠는지 생각하게 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처리를 놓고 벌였던 여야의 이전투구를 보면서 이 용어를 떠올린다. 사람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정략적 셈법의 극치를 보여준다. 아전인수격 해석을 보면 신물이 올라온다. 살아남기 위한 이판사판은 결코 아닌 듯하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2009-09-2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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