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심봤다/박재범 논설실장
수정 2009-07-20 01:00
입력 2009-07-20 00:00
심마니 선생이 “여기를 잘 둘러보라.”고 알려준 곳을 한참 들여다보다 처음으로 아주 작은 산삼을 찾아냈었다. 70년대 말 화제를 모았던 배우 이대근·유지인 주연의 영화 ‘심봤다’가 떠올라 나도 모르게 “심봤다.”라고 소리쳤다. 심마니 선생은 이렇게 말했다. “그 말은 다른 심마니에게 이쪽으로 오지 말라고 경고하는 것”이라고. 심마니 간의 갈등을 막고 평화를 지키기 위한 관습법이 바로 “심봤다.”였다. 어렵사리 산삼을 캐낸 기쁨에서 우러난 탄성이라고 알던 것과 사뭇 달랐다. 부끄러웠다. 작은 지식과 경험만으로 나부댄 스스로의 경조부박 때문에.
박재범 논설실장 jaebum@seoul.co.kr
2009-07-2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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