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핵 57개” 트럼프, ‘비핵화 없는 거래’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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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6-08-21 00:07
입력 2026-08-21 00:07

북핵 보유 인정, 비핵화 입장 돌연 선회
핵군축 협상 시 안보 흔드는 결과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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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57개의 매우 강력한 핵무기를 갖고 있다”며 올해 안에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지난 2019년 6월 30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 VIP실에서 만나 밝게 웃으며 대화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57개의 매우 강력한 핵무기를 갖고 있다”며 올해 안에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지난 2019년 6월 30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 VIP실에서 만나 밝게 웃으며 대화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57개의 핵무기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란전쟁 장기화로 지지율이 추락하자 북미 정상회담으로 관심을 돌리려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 원칙을 흔드는 핵보유국 인정 발언을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과 만나 올해 안에 김정은과 만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57개의 매우 강력한 핵무기”를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지칭한 적은 있지만 핵무기 수를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기정사실화해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비핵화 목표는 변함이 없다던 입장마저 바꿨다. 북한과의 대화 재개 목표가 비핵화냐는 질문에 “그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며 회피했다. 한미 연합훈련 축소 카드까지 꺼내 김 위원장에게 연일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이 반발하는 비핵화 원칙을 내세우지 않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내 김 위원장을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11월 18~19일 중국 선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두 사람의 회동 가능성이 제기된다. 몸이 달아오른 트럼프 대통령의 구애로 김 위원장은 지금 ‘핵 꽃놀이패’를 쥔 형국이다. 북한은 어제 오후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 10여발을 발사했다. 전날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은 축소된 한미 연합훈련에 “전혀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북미 대화의 승기를 단단히 잡겠다는 노림수가 노골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나 비핵화 협상이 아닌 핵탄두 제한 등 핵군축 협상을 거래하게 된다면 한반도 안보가 뒤흔들릴 공산이 크다. 당장 한국 내에서는 전술핵 재배치나 자체 핵무장 추진 여론이 높아질 수 있다. 일본, 대만 등 동북아에 핵 도미노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은 중대 사안이다. 한미 연합훈련이 아예 폐지되고 핵우산 및 주한미군의 역할, 핵추진잠수함 도입 등에 악영향을 미칠 위험성도 크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미 연합훈련을 축소한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동맹 안보의 핵심 전술을 변경하면서 사전 조율도 없이 한쪽이 일방 선언을 했다. 상식적으로는 ‘패싱’을 당한 상황 아닌가. 동맹 외교가 과연 한 방향을 보고 가는지 불안해지는 까닭이다. 비핵화 원칙을 무너뜨리는 북미 회동은 위험천만하다. 한미 간 소통을 강화해 북한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해야 한다. 그것이 이 대통령이 자임한 ‘페이스 메이커’의 진정한 역할이다.
2026-08-21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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