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졸렬한 中 ‘한국 흔들기’에 입다문 대선 주자들
수정 2017-02-10 00:54
입력 2017-02-09 22:38
중국은 지난해 11월에 이어 또다시 한국산 화장품 수입을 막고 한국산 반도체 업계를 정조준해 ‘반독점법’ 정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씨와 피아니스트 백건우씨에 이어 국립발레단 김지영 수석무용수의 4월 중국 공연도 뚜렷한 이유 없이 불발됐다. 유커(관광객)의 한국행 축소와 전세기 항공노선 불허, 배터리 탑재 차량의 보조금 지급 배제, 비자 발급 규제 등 보복의 끝이 어디까지인지 종잡을 수 없다. 중국의 야비한 ‘한국 흔들기’를 봐주는 인내심이 이제 임계점에 도달했다. 더이상 질질 끌려다닐 수 없는 노릇이다.
정부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침묵으로 일관하는 저자세를 벗어던지고 그 치졸함을 강력히 따져 묻는 동시에 중국 당국의 분명한 입장 표명을 요구해야 한다. 그런 일 하라고 정부가 있는 것이고, 나라 간에 외교 관계를 맺는 것 아닌가. 주중 한국대사는 베이징에서 무슨 일을 하고 지내는지 궁금하다는 국민이 적지 않다는 점을 알기 바란다. 온갖 외교적 수단을 동원하되 끝내 여의치 않으면 우리도 ‘카드’를 꺼내 들어야 한다. 예컨대 중국산 불량 농산품의 시중 유통에 대한 단속의 강도를 크게 높이거나 검역·통과를 강화하는 내용의 상징적인 대응책을 강구할 만하다.
대선 주자들이 중국의 사드 보복에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것은 온당치 않다. 예민한 문제라고 해서 하나같이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은 앞으로 나라를 이끌겠다는 정치인으로서 책임 있는 처사가 아니다.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것과 중국의 졸렬한 보복에 대응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마치 ‘정부가 자초한 일이니 알아서 하라’ 식의 인식 수준이라면 이런 면피성 태도 또한 비판받아 마땅하다.
2017-02-1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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