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4개월간 해외출장비 2억원 쓴 안홍철 KIC 사장
수정 2015-05-21 18:57
입력 2015-05-21 18:04
올 1월엔 스위스 다보스포럼 참석을 위해 5박6일간 다보스에 머물면서 아우디 차량을 렌트하는 데만 332만원을 썼다. 지난해 11월엔 싱가포르 포시즌 호텔 딜럭스룸에서 사흘간 머물면서 호텔비로만 225만원을 냈다. 지난해 5월 런던 출장에서는 이틀간 숙박비 124만원을 포함해 890만원을 썼다. 안 사장은 숙박비로만 1일 평균 58만원씩을 썼는데, 이는 공무원 여비 규정에 나와 있는 장관급 국무위원이 해외 출장에서 쓸 수 있는 하루 숙박비 상한액인 471달러(약 51만원)보다도 많다.
KIC는 외환보유액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국부 펀드다. 업무의 특성상 해외 출장을 갈 수 있지만 해외에 나갔을 때 기관장이 값비싼 딜럭스룸에 묵는다거나 고급 렌터카를 이용하는 것은 누가 봐도 ‘호화출장’이다. 업무와 관련된 출장이었는지, 출장이 업무성과로 이어졌는지를 알아봐야 한다. 더구나 KIC는 임원의 출장비용을 사전심사하도록 돼 있던 규정을 사후심사로 고쳤다. 이는 공기업의 출장비용 사전심사를 강화하도록 규정한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공무 국외여행 개선 방안’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는 게 박 의원의 지적이다. KIC 측은 이에 대해 “임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사전 및 사후 심사를 강화하는 쪽으로 지난해 11월 여비 세칙을 개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안 사장은 2012년 대선 때 트위터에 문재인 대통령 후보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종북·좌파’ 등 원색적으로 비난한 게 드러나 야당은 물론 여당 일각으로부터도 사퇴 압력을 받았지만 버티고 있다. KIC 사장이 되기 전에는 대학 후배인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서병수 부산시장과 유정복 인천시장 등 친박계 핵심 인사들에게 80여 차례에 걸쳐 4000여만원의 정치후원금을 낸 것으로 확인돼 논란을 빚기도 했다. 안 그래도 코너에 몰려 있는 공기업 기관장이라면 더 제대로 처신해야 하지 않는가. 답답한 노릇이다.
2015-05-22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