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인 가석방 특혜도 역차별도 안 된다
수정 2014-12-25 20:11
입력 2014-12-25 18:04
그러나 경제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기업인에 대한 가석방은 누가 혼자 총대를 메거나 애써 회피하려 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경제 살리기에 사활을 걸고 있는 정부가 정치적 역풍을 의식해 여론을 떠보는 차원에서 던져 보는 것이라면 차라리 거둬들이는 게 낫다. 기업 투자를 유도하려면 재벌 총수에게 ‘은전’(恩典)을 베풀 수밖에 없다는 식의 단순 논리로는 더이상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 재벌의 투명하지 못한 경영 때문에 경제가 나빠지는 것이라는 반박에 직면하기 십상이다. 분명한 것은 재벌이라는 이유로 면죄부를 줘서는 안 되듯 재벌이기 때문에 법의 보호 밖에 놓이는 역차별을 받아서도 안 된다는 점이다.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이라는 ‘정찰제 판결’ 공식이 말해 주듯 재벌 총수에 대한 유형·무형의 사법적 특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횡령이나 배임, 탈세 등의 혐의로 기소된 재벌 총수들이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게 다반사였다. 그러나 반(反)재벌 정서에 기대어 기업인 가석방 문제마저 마냥 외면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 일인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야당 일각에서조차 가석방과 관련, 기업인을 우대하는 것도 나쁘지만 불이익을 주는 것도 나쁘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석방 대상 인물로 우선 거론되는 인물이 징역 4년이 확정돼 역대 대기업 회장으로서는 최장인 1년 11개월째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SK 최태원 회장이다. 형기의 3분의1 이상을 채우는 등 요건을 충족한다면 누구도 가석방 대상에서 원천 제외될 수는 없다고 본다. 가석방은 법무부 장관의 고유 권한이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그제 국회 법사위원회에 출석해 기업인 가석방 문제에 대해 “원칙대로 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대로만 하면 된다. 이번 기회에 지공지평(至公至平)한 ‘가석방의 정의’를 확고히 세우기 바란다.
2014-12-26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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