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허튼 도발로 파국 자초하지 말라
수정 2014-11-24 00:00
입력 2014-11-24 00:00
북한의 열악한 인권상황에 대한 유엔 차원의 문제 제기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님에도 북측이 올해 유난스럽게 반발하는 이유는 주지하다시피 결의안이 ‘최고존엄’이라 칭하는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이름이 적시되진 않았으나 유엔 제3위원회가 채택한 북한인권결의안에 ‘인권 탄압의 최고책임자’ 같은 표현으로 김 제1위원장이 지목되자 그를 에워싼 주변의 북한 권부가 과도한 충성 경쟁에 나서면서 강경 태도를 확대 재생산해 내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움직임이 우려스러운 건 바로 이 때문이다. 과거에도 북한의 도발은 대개 권력 주변의 충성 경쟁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았다. 연평도 포격과 천안함 폭침 등도 북한 군부의 충성 경쟁이 배경에 깔려 있다. 억류하고 있던 미국인 2명을 전격적으로 풀어 주며 오바마 행정부에 어설픈 유화 제스처까지 취했던 북한 당국으로서는 유엔 인권결의안 채택과 함께 자신들의 ‘노력’이 허사로 끝난 지금 상황이 ‘반동적 행동을 취하지 않을 수 없는 국면’인 것이다.
국방위는 “유엔은 20여년 전 우리 공화국이 나라의 최고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정의의 핵선언 뇌성을 울렸던 때를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고 1993년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상기시켰다. 4차 핵실험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북핵에 관한 한 그 어느 때보다 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중국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북한이고 보면 당장 4차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를 통해 북이 동북아 안보환경의 변화를 꾀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핵실험 가능성을 접어둘 수만도 없다고 본다. 더욱 걱정인 것은 북한 군부의 과도한 충성 경쟁이다. 장성택 처형 이후 평양의 핵심 권력층과 군부는 ‘김씨 왕조’에 대한 충성심을 확실하게 내보여야 살아남을 수 있는 상황에 내몰려 있다. 대남 도발로 자신의 충성심을 드러내려 할 공산이 높은 환경인 것이다.
국회의 북한인권법 제정 움직임에 맞춰 군 당국은 북한의 도발에 대한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춰야 한다. 북한인권법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면 이를 빌미로 한 북의 도발과 이에 따른 남북 간 무력충돌을 원천 봉쇄하는 데 힘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 당국도 4년 전 연평도 포격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대가를 치르게 될 상황임을 직시해 그 어떤 허튼 도발도 삼가야 할 것이다.
2014-11-24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