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석기 판결 아전인수 논란, 최종심 주목한다
수정 2014-08-13 00:00
입력 2014-08-13 00:00
내란음모죄가 성립하려면 2인 이상이 내란범죄를 실행하려는 합의가 있어야 한다. 또 합의에 실질적인 위험성이 있어야 한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항소심 재판부는 내란음모죄의 주체로 지목된 지하혁명조직 RO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RO의 조직체계나 구성원 등에 관한 내용은 추측에 불과하다는 이유다. 내란음모죄 무죄를 사건 전체의 무죄인 양 확대 해석하는 것은 곤란하다. 내란음모를 하지 않았다는 게 아니라 단지 증거가 부족할 뿐이었다. 내란을 선동한 혐의는 분명히 인정하면서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밝힐 만큼 재판부는 단호하다.
사법부가 한때 권력의 시녀라는 비난을 들은 적이 있지만 권위는 국민이 지켜주어야 한다. 판단에 오류가 없을 수는 없지만 시류에 흔들리지 않는 법과 양심에 따른 판결이라면 딴죽을 거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권력과 정파가 사법부의 독립을 해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 의원의 내란선동 혐의는 명백한 증거가 있는 한 실정법 위반으로 무거운 처벌을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증거가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는 게 당연하고 그것은 사법부의 권한이다. 재판 결과를 입맛대로 해석해 정쟁과 이념 투쟁의 도구로 삼는 것은 피해야 한다.
정치사범에 대해 충분치 못한 증거로 일단 기소부터 하고 보는 관행은 무차별적 종북몰이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내란선동죄 또한 표현의 자유와 경계가 분명치 않아 치밀한 해석이 수사단계부터 따라야 한다. 2심까지의 재판 결과에서는 이 의원 등이 대한민국의 민주적 질서를 해친 점이 충분히 인정됐다. 내란음모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고 해서 다른 죄목까지 면죄부를 준 것은 아니다. 사법부의 판단은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따른 곧은 판결을 최종심이 내려주리라 믿는다.
2014-08-13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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