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로펌 진출 관료들, 또 다른 ‘관피아’다
수정 2014-06-02 00:29
입력 2014-06-02 00:00
국세청이나 공정위 출신들은 기업에 부과된 세금이나 과징금 사건이 의뢰되면 관련 당국에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법률 자문을 해 주고 금액을 줄여주는 활동을 한다. 이들은 변호사 자격증이 없이도 세금이나 과징금 부과 소송에도 관여한다고 한다. 로펌 공직자 사회에서도 법조계의 전관예우와 비슷한 대우가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어떻게 보면 정부를 상대로 로비를 한다는 점에서 세무·금융직 공무원의 로펌 진출은 판검사들의 전관예우보다 더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할 만하다.
관피아는 전에 일하던 관청의 후배들과 인간관계를 유지하며 자신이 몸담은 기관의 이익과 조직 보호를 위해 활동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이들이 소속 기관의 방패막이 역할을 함으로써 감독이 느슨해지고 결국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음을 세월호 사례에서 보았다. 공직자들의 로펌 진출도 그런 면에서 비슷하다. 금품이 오가는 부정한 로비가 아니더라도 은연중에 이들의 활동은 정부의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국가로 봐서는 이런 행위가 정상적인 법 절차와 제도를 약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관피아의 경우와 같이 후배들로서는 자신들도 나중에 로펌에 진출할 수도 있으므로 냉정하게 거절하기도 어렵다.
퇴직 공무원의 취업을 2년간 제한하는 공직자윤리법이 있지만 허점이 많다. 자본금 50억원 이상이고 외형거래액 150억원 이상의 기업에 취업을 금하고 있는 규정만 피하면 된다. 국내 로펌 중에서 자본금이 50억원이 넘는 곳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로펌 취업 제한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선진국은 우리보다 공무원의 취업 제한 규정이 훨씬 더 엄격하다. 세월호 사고로 관피아 개혁 방안이 추진되고 있어 우리도 규정이 강화될 전망이다. 관료들의 관련 기관 진출 제한과 마찬가지로 로펌행도 막을 수 있는 장치를 속히 마련해야 한다.
2014-06-0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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