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통사 보조금 경쟁 말고 시설 투자부터
수정 2014-03-24 01:20
입력 2014-03-24 00:00
이동통신사들은 통신망 투자를 내세워 계기만 있으면 요금을 올렸다. 가입자들이 적지 않은 요금을 꼬박꼬박 지불하는 것은 최고의 통화 품질과 서비스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1위 통신사업자라는 SKT의 대응은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크고 작은 통신 장애는 끊이지 않았고 이번에도 늑장 대응으로 일관해 고객들의 분노를 샀다.
이번 사고의 원인은 가입자를 연결해 주는 모듈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한다. 몇 시간의 통신 두절이라도 그에 따르는 피해는 작지 않다. 낮이라면 급한 연락이나 사이버 금융을 하지 못해 사업상의 피해를 보는 사례도 있을 것이다. 밤에 일어난 이번 사고로 전화기에 의존해 영업하는 대리기사나 택배 종사자, 콜택시 기사 등 영세 사업자들이 큰 피해를 보았다. 스마트폰으로 여가를 보내는 일반 가입자들의 짜증도 무시할 수 없다.
불법적인 보조금을 비롯해 통신사들이 고객 유치 경쟁에 쓰는 마케팅 비용은 매년 8조원에 이른다. 시설 투자보다는 점유율 경쟁에 더 큰돈을 쏟아부으며 불공정 경쟁에 혈안이 된 사실은 새삼 지적할 필요도 없는 주지의 사실이다. 지난해 1800억원이나 되는 과징금을 내고서도 여전히 서비스는 뒷전이고 고객 붙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SK는 그룹 총수인 최태원 회장이 수감 중이다. 그럴수록 경영진이 긴장의 고삐를 바짝 죄어야 한다. 오너 부재가 느슨한 기업 운영의 원인이 되었다면 뼈아픈 결과일 것이다. 하성민 SKT 대표는 규정 이상으로 피해를 보상해주겠다고 밝혔다. 피해 보상은 당연한 책임의 이행이다. 그것으로 사고의 여파를 덮을 수는 없다. 거듭 강조하지만, 통화 품질은 통신사의 최고 가치이며 통신 두절은 심하게 말하면 통신사가 문을 닫아야 할 사안이다. 시설 확충과 빈틈없는 장비 점검으로 재발을 막기 바란다.
2014-03-2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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