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공요금 인상보다 뼈깎는 자구책이 먼저다
수정 2014-03-01 02:54
입력 2014-03-01 00:00
공공요금은 전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커서 최대한 통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원가가 오르고 물가지수도 매년 높아지는데 마냥 억제할 수만은 없다. 이런 이유로 지난 몇 년 새 공공요금은 적잖이 올랐다. 전기, 가스, 고속도로 통행료 등 국민이 몸으로 느끼는 요금들이 그동안 얼마나 올랐는지 보라. 그래도 고통을 분담한다는 뜻에서 인상에 응했는데 민간기업의 최고 임금에도 뒤지지 않는 연봉과 복지 혜택을 받는 공공기관 임직원들을 본 국민들의 배신감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것도 엄청난 빚을 지고 있는 기관들이 더했다.
요금 인상 요구가 반려됐지만 언젠가 공공기관들은 또 인상안을 들고나올 것이다. 공공기관 사장들은 기회가 있으면 원가를 들먹이며 이구동성으로 인상에 대한 군불을 지피고 있다. 당국자의 말대로 원가 분석을 해서 요인이 명백히 있다면 올려 주는 게 마땅하다. 그러나 부채 탕감을 위한 요금 인상은 공기업 노사 양측의 뼈를 깎는 자구책이 전제되지 않는 한 수용할 수 없다. 빚을 줄이기 위한 공공기관들이 제출한 자구 방안에서 임직원들의 대폭적 임금 삭감이나 복지 축소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시늉만 내려 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봉급과 복지를 줄여서 빚을 얼마나 갚겠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민간기업이라면 이런 반발이 통용되지 않는다. 위기 상황이 닥치면 우선 인건비부터 줄이면서 대처해 나간다. 비용 절감보다는 상황에 대한 인식과 자세의 문제다. 손해를 볼 수 없다는 태도를 견지하면서 국민에게 희생을 강요한다면 누가 받아들이겠는가. 공공기관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국민 생활에 필수불가결한 서비스다. 요금을 올려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배짱으로 국민을 대하는 건 아닌지 궁금하다.
공공기관의 부채 증가 원인이 정부에 있다는 말은 국민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정부나 공공기관이나 국민에겐 다 같은 경제주체일 뿐이다. 공기업 임원은 물론 노조 측도 공무원에 준하는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한다. 정부가 벌인 사업을 같이 벌였다면 공동 책임을 지는 게 맞다. 철저한 검증을 통해 원가 상승을 보전해 주는 요금 인상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국민이 공감할 자구책을 외면한 부채 탕감 목적의 요금 인상은 계속 억제돼야 한다.
2014-03-01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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