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평창올림픽, 소치 뛰어넘어 즐기는 대회로
수정 2014-02-25 03:14
입력 2014-02-25 00:00
그럴수록 우리가 평창 올림픽에 거는 기대는 스포츠 자체에만 머물지 않는다. 올림픽을 흔히 가장 순수한 스포츠의 제전이라고 하지만, 역설적으로 역대 올림픽은 가장 정치적인 행사이기도 했다. 소치 올림픽만 해도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국민의 목표는 ‘러시아의 부활과 세계의 리더로 다시 서는 러시아’가 아니었나. 높은 평가를 받은 개막식과 폐막식 역시 러시아의 내심을 탄탄한 그들의 예술적 전통으로 세련되게 치장한 이벤트에 불과했다. ‘홈 텃세 판정’의 논란 속에 아델리나 소트니코바가 김연아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것도 이런 정치적 의도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우리도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올림픽을 유치한 전력이 있었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이 그랬다. 그럼에도 서울 올림픽은 6·25전쟁으로 폐허가 됐던 나라가 불과 35년 만에 산업화된 국가로 탈바꿈한 모습을 보여주는 일종의 세리머니였다는 점에서 명분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중심국가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치러지는 평창 올림픽은 서울 올림픽 그 이상이어야 할 것이다.
2018 평창 올림픽은 국력 과시가 아닌, ‘행복한 대한민국’을 전 세계에 알리는 무대가 되기를 바란다. 스포츠 내셔널리즘에 홀린 과잉 투자로 러시아 경제에 큰 주름살을 남길 것으로 예상되는 소치의 전철을 밟을 이유는 없다. 선진국의 전유물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동계 스포츠에 소외감을 갖는 나라가 없도록 알뜰한 올림픽이 돼야 한다. 무엇보다 아름답고 인심 좋은 평창에서 만들어진 즐거움의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퍼져 나가는 올림픽이 되기를 기원한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4년이다. 우리 사회 각 부문에서 이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준비할 때 평창 올림픽은 성공할 수 있다.
2014-02-2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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