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인 창피주는 국감으로 뭘 얻겠다는 건가
수정 2013-10-08 00:00
입력 2013-10-08 00:00
국정감사는 말 그대로 행정부를 감시하고 정책에 대한 국회 차원의 방향을 제시하는 국회의 고유 기능이다. 국정감사법 제7조는 국감의 조사 대상을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특별시와 광역시도 등으로 한정하고 있다. 물론 행정부의 정책 추진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기업인의 출석이 필요한 경우도 없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국정감사가 정책감사라는 본래의 취지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는 것은 비단 재계의 지적만은 아니다. 국회가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뚜렷한 원칙과 기준 없이 일단 기업인들을 불러놓고 큰소리부터 친다면 그건 힘자랑에 불과하다. 고질적인 갑(甲)의식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빗나간 국감의 폐해는 막중하다. 국회의원 개인으로서야 대기업 총수를 상대로 목소리를 높임으로써 자신의 인지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호기일지 모른다. 그러나 국정감사에 기업총수가 증인으로 나서는 것 자체가 해외 신인도에 결정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죽기살기로 로비라도 벌여 증인 명단에서 빼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기업인의 증인 출석을 많이 요구하는 의원일수록 더 많은 기업의 로비를 받게 마련이다. 그 과정에서 기업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후원금을 내고 자신들이 운영하는 골프장 등의 편의를 제공하는 일이 다반사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기업인 국감 증인 채택은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누가 봐도 진정성을 느낄 수 있도록 심도 있는 질문과 추궁을 통해 질적인 내실화를 기해야 한다.
빗나간 허장성세로 기업인을 국감에 호출해 무엇을 얻겠다는 것인가. 경기회복의 계기를 마련해야 할 시점에 거꾸로 기업활동을 위축시키는 일이 반복된다면 국민적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국회 스스로 경제의 발목을 잡는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합리적인 국정감사 문화를 진지하게 고민할 때다.
2013-10-0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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