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피의 이집트’ 국제사회 고강도 제재 나서야
수정 2013-08-19 00:00
입력 2013-08-19 00:00
많은 나라가 이집트 사태를 관망하면서 실리에만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안타깝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9월로 예정된 이집트와의 정례 군사 훈련을 취소했지만, 한 해 13억 달러(1조 4462억원)에 이르는 군사 원조를 중단하는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자칫 이집트가 미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러시아에 접근하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역시 내전을 경고하면서도 구체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쿠웨이트는 오히려 이집트 군부의 유혈 진압에 힘을 실어주는 형국이다. 이들은 이집트에 120억 달러(13조 3500억원)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무슬림형제단 같은 이슬람의 정치세력화가 왕정 유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유엔 안전보장위원회는 지난주 긴급회의를 열었지만 의장 발언으로 이집트 정부와 시위대 양쪽에 최대한의 자제와 화합을 촉구하는 데 그쳤다. 이사국 사이의 이견 때문이다. 이집트 사태의 근저에는 이슬람과 비(非)이슬람의 뿌리 깊은 갈등이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비이슬람의 상당수는 기독교도이다. 이집트 사태가 내전으로까지 발전해 ‘종교전쟁’의 양상을 띠게 된다면 그 혼란의 여파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국제사회는 눈앞의 이익에 연연하지 말고 이집트가 사태 해결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 중단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그것이 궁극적으로는 각자의 국익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2013-08-1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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