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융선진화 기대 저버린 금융감독체계 개편
수정 2013-06-24 00:00
입력 2013-06-24 00:00
국내 금융(금융위)과 국제 금융(기획재정부)이 쪼개져 있는 체계도 정부부처 개편에 따른 편의적 산물로 세계 어디에도 없는 기형적 구조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래서 새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전담 TF를 발족시켰다. 하지만 결론은 ‘차기 정부가 고민하라’는 것이다. 금융감독체계는 정권의 향방과 관계없이 국가경제를 좌우하는 핵심 기둥이니 중장기적 안목으로 근본적 밑그림을 그려보자는 게 TF의 출발점이었다. 그런데 현 정부의 조직 개편이 끝났으니 다음 정부가 검토하는 게 좋겠다는 것은 TF에 쏠린 시선을 기망한, 무책임하기 그지 없는 결론이다. 아니, 정부조직 개편이 이뤄진지 모르고 발족시킨 TF였나. 이럴 거면 ‘금융감독체계 개편 TF’라는 이름을 붙이지 말았어야 했다. 달랑 학자 6명과 행장 1명으로 TF를 구성할 때부터 ‘보여주기 쇼’를 할 심산이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그나마 주목되는 것은 금융소비자보호처의 준(準)독립기구화다. 지금처럼 금융감독원 안에 조직을 두되 독립적 인사·예산권을 주는 방안이다. 금감원에 위탁했던 금융사 제재권도 금융위로 다시 넘기자고 제안했다. 완전 독립기구화에 따른 혼란 최소화와 제재 관련 책임 강화라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당초 기대한 소비자 보호 강화에는 못 미친다. 금감원과 금융위가 각자 잇속만 챙겼다는 지적도 무리는 아니다. 금융사들은 자료 제공 요청권과 제재권 등이 여러 곳에 분산되면서 부담만 커지게 됐다며 울상이다. 금융 당국은 최종 결론 도출에 앞서 이런 비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바란다.
2013-06-2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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