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과의 약속, 완급과 경중 가리길
수정 2012-12-25 00:00
입력 2012-12-25 00:00
그런 점에서 당선인의 주요 공약 이행을 위해 내년 예산안에 6조원을 증액·반영하겠다는 방침은 문제가 있다. 이 예산으로 복지사각지대 축소, 일자리 창출, 영·유아 무상보육, 하우스 푸어 대책, 대학생 반값 등록금 등에 쓴다고 하니 그 필요성에는 백번 공감한다. 그러나 불과 며칠 만에 이 많은 예산을 확보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졸속 편성될 우려마저 있다. 그렇잖아도 정부의 내년 예산안은 4조 8000억원 적자로 편성돼 있으며, 나랏빚은 해마다 수조원씩 급증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새누리당의 당직자가 국채를 발행해서라도 공약예산을 증액해야 한다고 말했다니 자못 걱정스럽다. 공약 예산은 정부 출범 후에 추경으로 차분하게 편성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
군 복무기간 18개월 단축 공약도 치밀한 분석 뒤에 추진해야 한다. 섣불리 시행했다가 병역자원의 부족을 무슨 수로 감당하겠는가. 군의 첨단·전문화, 대체병력 확보 등을 종합 고려한 뒤에 추진 여부를 거론하는 게 바람직하다. 득표를 위해 야당과 함께 약속한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촉진법’(택시법)도 연내 통과를 서두를 필요가 있겠는가.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지정하는 데 대해서는 사회적 논란이 여전하고 버스업계와의 의견 조율도 안 된 상태다. 당선인과 새누리당은 공약 실천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야 한다. 지금은 공약의 중요도와 시급성 등을 따져 기준을 정하고 실천 로드맵부터 치밀하게 짤 때다. 5년 동안 공약을 제대로 지키려면 우선순위를 잘 정해야 한다.
2012-12-25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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