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근혜 당선인 국민통합 첫걸음 잘 떼길
수정 2012-12-21 00:28
입력 2012-12-21 00:00
하지만 화해와 통합은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역대 대통령들도 모두 그런 약속을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말 따로 행동 따로였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은 전례 없이 보·혁과 지역·세대의 복합적 대결로 치러졌다. 두 동강, 네 동강 난 국민의 마음을 다독이기가 간단치 않다는 얘기다. 대통령이 어지간히 양보하고 소통 노력을 기울여도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풀기란 여의치 않을 수 있다. 국민통합의 첫걸음을 잘 떼려면 약속의 실천과 진정성밖에 없다. 당선인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여야 지도자들이 참여하는 ‘국가지도자 연석회의’를 제안한 바 있다. 이른 시일 내 문 후보 등 야당 지도자들을 만나 통합의 틀을 모색하면 좋겠다. 문 후보도 집권하면 거국내각을 약속한 만큼 서로 명분도 맞아떨어진다. 이 기구에서 통합은 물론 국정 협의와 정책 공조까지 다루면 더 효과적일 듯하다. 인수위원회를 구성할 때도 선거 논공행상보다 능력 위주의 탕평인사를 일궈낼 실무진으로 짜면 국민에게 믿음을 줄 수 있다.
다른 후보를 지지한 유권자를 따뜻한 가슴으로 품는 일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박 당선인은 어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그 지지자들에게도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한 마음만은 같았다.”고 위로했다. 한낱 수사(修辭)에 그치지 말고 진정성을 갖고 지속적으로 다가서려는 모습을 보일 때 표를 주지 않았던 국민들도 결국 마음을 열지 않겠는가. 그런 점에서 선거일 밤, 지상파 방송사들이 서울 광화문에 특설무대를 설치해 요란하게 ‘당선 축하공연’을 연 것은 사려 깊지 못했다. 절반에 가까운 국민은 선거 패배로 상심에 빠져 있는데 서울 한복판에서 풍악을 울리면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일 아닌가. 진정한 소통과 통합은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에서 시작되는 법이다.
2012-12-2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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