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권위 산재판정 권고 전향적으로 검토하라
수정 2012-06-21 00:00
입력 2012-06-21 00:00
정보와 시간, 돈이 부족한 피해 근로자가 질병과 업무의 연관성을 입증하기란 쉽지 않다. 이런 점에서 인권위의 권고는 노동인권 향상을 위한 획기적인 조치로 평가된다. 산재로 인정받지 못해 아픔을 겪고 있는 환자와 가족으로서도 환영할 일이다. 인권위는 2003년 이후 바꾸지 않은 업무상 질병의 기준을 산업구조 변화에 맞게 조정하라고 주문했고, 산재보험급여 신청서를 작성할 때 사업주의 도장을 받도록 한 것도 악용의 소지가 있다며 없애도록 권고했다. 상식적으로 봤을 때 어느 것 하나 그른 게 없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미흡한 부분이 있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피해 근로자가 유해·위험물질에 노출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토록 했는데 이것도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근로자는 자신이 어떤 물질에 노출됐는지 잘 알지 못할뿐더러 고용주가 알려줄 턱도 없다. 앞으로 법령을 개정하게 되면 이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있어야 한다.
산재보상보험법 개정은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재계가 인권위 권고에 반대하는 것은 그럴 수 있다손 치더라도 노동부는 인권위 권고를 수용해 법 개정에 적극 나서야 한다. 산재보험기금도 걱정이다. 지금은 괜찮을지 모르지만 중증장애 판정자나 사망자 유족에게 지급하는 연금급여가 폭증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기금 안정성에도 각별하게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2012-06-2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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