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건평 뭉칫돈’ 검찰의 말 바꾸기 한심하다
수정 2012-05-23 00:16
입력 2012-05-23 00:00
그러나 그제 검찰이 한 발표는 이와 크게 다르다. “건평씨와 뭉칫돈 계좌 주인 사이에 직접적인 거래는 없었고, 연관도 없었다.”고 밝혔다. 창원지검 이준명 차장검사는 브리핑을 통해 “건평씨 수사 과정에서 문제의 계좌를 발견한 것은 맞지만 이 돈을 건평씨와 연관시켜 생각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며 당초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다. 적어도 검찰이 뭉칫돈의 정확한 규모와 사용처, 조성 경위 등을 파악하지 않고 툭 내뱉었다가 문제가 되니까 스스로 거둬들인 셈이다. 제대로 수사도 하지 않고 미리 수사 방향을 정하려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작 위험한 발상을 한 건 검찰이다. 엄청난 폭발력을 지니고 있는 사안에 대해 검찰이 주변 정리도 제대로 하지 않고 함부로 말하는 것은 수사의 기본을 무시하는 일이다. 특히 뭉칫돈 브리핑 이유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 무리한 기사를 쓰려고 해 그것을 막는 차원에서 밝힌 것뿐”이라고 한 것은 검찰의 자존심을 스스로 구긴 행위다. 검찰의 수준을 의심케 한다.
검찰이 지금까지 확인한 것은 계좌의 주인을 찾았고, 이 계좌에 실제 남은 돈은 얼마 되지 않지만 특정한 기간에 1만회 이상 입·출금한 금액을 합치면 수백억원가량 된다는 것이다. 검찰은 수사로 말해야 한다. 따라서 그동안 제기된 뭉칫돈 관련 각종 의문에 대해 계좌 추적과 관련자 소환 등을 통해 전모를 밝히면 된다. 미리 수사 방향에 선을 긋거나 언론플레이를 하려 한다는 인상을 줘서는 안 된다. ‘여론 떠보기’ 식의 구태의연한 수사방식은 이젠 버려야 한다.
2012-05-2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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