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누리당 갈등보다 침묵을 더 경계하라
수정 2012-05-02 00:42
입력 2012-05-02 00:00
엊그제 4·11 총선 당선자 대회에서 그런 이상 기류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12월 대선 승리를 위해 견마지로를 하겠다.”는 등 충성 맹세는 넘쳐났다. 하지만 전당대회 후보등록 마감을 사흘 앞두고도 당 대표와 최고위원에 나서겠다는 출사표를 던지는 당선자는 아무도 없었다. 박 비대위원장 1인체제가 굳어지고 있는 가운데 당내 중진들조차 눈치만 보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당 지도부 경선에 나서는 일조차 1인자의 수신호에 따라야 할 정도라면 공당으로선 자격미달이다.
새누리당은 총선 이후 활력을 잃고 있는 느낌이다. 미국산 소고기 검역 중단 등 이슈마다 치열한 토론도 없이 오로지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목소리만 부각되고 있지 않은가. 당선자 대회에서 박 비대위원장은 “우리끼리 갈등하고 정쟁해서 국민을 실망시켜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우리는 이런 언급의 진의가 우선은 당직이나 국회직 등을 놓고 계파 간 이해다툼을 경계한 데 있다고 본다. 즉, 연말 대선을 겨냥한 건전한 당내 경쟁까지 차단하려는 게 본뜻이 아니라는 믿음이다. 정당정치가 오로지 권력 각축전만 판치는 세렝게티 평원처럼 되어서도 안 되지만, 쥐죽은 듯 조용한 공동묘지인 양 비쳐서도 안 될 말이다. 세계를 지배하던 로마제국도 생산적 토론조차 없는 ‘무덤 위의 평화’가 이어지면서 활력을 잃고 쇠락해 가지 않았던가.
새누리당과 박 비대위원장은 당내 주자 간 치열한 정책 경쟁을 통해 상승 효과를 추구하는 다이내미즘을 얻지 못하면 진짜 위기가 찾아올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선의의 경쟁으로 감동의 드라마를 연출해야 박 비대위원장의 본선 경쟁력도 높아지지 않겠는가. 다른 주자들도 경선 룰만 탓하며 콘텐츠를 키우는 데 소홀히 해선 안 될 것이다. 어차피 진선진미의 묘방도 아닌 완전 국민경선제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차별성 있는 정책으로 승부를 가릴 채비를 하란 뜻이다.
2012-05-0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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