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판사들이 뒤늦게 왜 FTA 집단행동 나서나
수정 2011-12-03 00:04
입력 2011-12-03 00:00
우리는 한·미 FTA를 둘러싼 법관들의 최근 행태에 우려를 표하면서 몇 가지 사항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한·미 FTA는 국회비준을 거쳐 대통령이 이행 부수법안까지 서명을 마친 만큼 법적으로, 행정적으로 마무리된 사안이다. 민주당과 관련단체들이 반대운동을 벌이지만 그것은 정치적인 성격이 강한 행위다. 이런 사안에 대해 일부 법관들이 재협상 청원을 하겠다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국가 통치체계를 뒤흔드는 일이 될 수도 있다. 행정부, 입법부가 관련법과 절차에 따라 마무리지은 일을 사법부가 내부 여론을 수렴해 다시 되돌리겠다는 것은 절차적 합리성이 없을 뿐 아니라 3권분립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행정부 영역을 침해하면 사법부 독립도 훼손될 수 있다는 법원 내부의 반론을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또한 한·유럽연합(EU) FTA 등 여타 FTA에 대해서는 가만히 있다가 유독 한·미 FTA에 대해서만 문제를 제기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반미적 관점에 기초한 아집과 독선이라는 비판을 자초할 수도 있는 것이다. 100명이 넘으면 한·미 FTA 재협상을 위한 TF 구성 청원을 하겠다며 세를 규합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서는 것도 법관으로서는 부적절한 태도다.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와 양승태 대법원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법관으로서 가져야 할 몸가짐을 주문했다. 사법부 수뇌부가 고뇌와 심사숙고 끝에 내린 권고인 만큼 후배 법관들은 그 의미를 깊이 새겨 귀감으로 삼아야 한다.
2011-12-03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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