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복지부 의약계에 휘둘리지 말고 중심 잡아라
수정 2011-11-02 00:00
입력 2011-11-02 00:00
리베이트가 적발되면 곧바로 해당 의약품을 건강보험 급여 목록에서 삭제하도록 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를 도입하기로 한 것은 적절하다. 국내 제약사들이 한해 의사와 약사들에게 건네는 리베이트는 모두 3조원가량으로 추정된다. 그야말로 ‘리베이트 산업’이다. 만성화된 리베이트는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것은 물론 궁극적으로는 기술개발 잠재력을 갉아먹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제약업계는 엄중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복지부가 리베이트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 비상한 조치를 강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병원·약국·제약사들이 리베이트를 주고받지 않겠다는 자정결의를 하면 의료수가를 올려주겠다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수가가 낮아 리베이트로 충당한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의료계의 논리다. 환자들로서는 리베이트 거품 때문에 울며겨자먹기로 터무니없이 높은 약값을 치른다. 국민 부담만 가중시킬 뿐이다. 수가를 높여 준다고 리베이트를 근절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의료수가와 연동해 리베이트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다분히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복지부는 이번 ‘빛 바랜’ 약값 인하정책 말고도 번번이 의약계의 압력에 휘둘려 정책의지를 훼손하는 우를 범해 왔다. 가정상비약의 약국외 판매를 허용하라는 여론이 비등함에도 약사회 눈치를 보며 오락가락하지 않았나. 이제부터라도 중심을 잡고 일련의 개혁조치들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기 바란다.
2011-11-0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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