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삐 죄야 할 단체장들 선심성 지역사업
수정 2011-10-17 00:22
입력 2011-10-17 00:00
단체장들의 무책임하거나 인기에 영합하는 시정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긴 하다. 호화청사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경기 성남시는 지난해 7월 모라토리엄(지불유예)까지 선언하지 않았는가. 얼마 전 용인시는 경전철 사업시행자 측에 공사비 4530억원을 물어줘야 한다는 법원 판결을 받았다. 2005년 7287억원을 들여 시작한 경전철 공사가 지난해 완공됐으나, 재정 부담 등의 이유로 운행을 못하게 되면서다. 어디 그뿐인가. 인천시가 2009년 ‘세계도시축전’ 사업의 일환으로 839억원을 투자한 일명 ‘은하레일’(월미도 순환 관광열차)은 여태껏 운행 한번 못하고 고철덩어리로 녹슬고 있다. 그런데도 빚더미에 올라 있는 인천시가 2014년 아시안게임을 치르기 위해 5000여억원을 빚내 주경기장을 새로 지으려 하고 있다. 전임 시장의 시정 실패에서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있는 꼴이다.
지자체들의 무모한 투자를 방기하다시피 한 중앙정부의 책임도 크다. 200억원 이상 지역사업을 벌일 때 중앙정부의 투·융자 심사를 받도록 돼 있지만, 지금까지 건성으로 했다는 말이 아닌가. 선심성 지역사업은 지방재정을 거덜내고, 궁극적으로 국민경제에도 큰 주름살을 안긴다. 그러기에 눈앞의 선거 승리에 연연할 수밖에 없는 단체장들의 양식에만 맡길 일은 아니다. 지방자치를 운용하는 단체장들과 지방의회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총체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지자체의 예산낭비를 막기 위한 주민소송의 범위를 확대하고, 주민소환의 요건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2011-10-1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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