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양심불량’ 선관위 선거비리 단속 자격 없다
수정 2011-05-25 00:00
입력 2011-05-25 00:00
감사원이 샘플로 조사한 법제과를 비롯한 중앙선관위 10개과 모두에서 근무시간을 조작한 것도 드러났다. 직원들은 특근매식비를 받으려고 초과근무를 한 것처럼 꾸몄다. 가장 일찍 출근하거나 가장 늦게 퇴근한 직원이 다른 직원의 출·퇴근 기록을 찍어줬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듯이 샘플 조사한 10개과 모두에서 이러한 일이 빚어졌으니 선관위 모든 과에서 근무시간 조작 행위가 있었다고 해도 그리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업무추진활동비는 정부구매카드(클린카드)로 결제하도록 돼 있지만 상임위원, 사무총장, 사무차장 등은 영수증도 필요없는 현금으로 받기도 했다. 2008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이렇게 나간 돈만 1억 8200만원이다. 기가 찰 노릇이다. 매우 실망스럽다. 선관위 간부와 직원들의 일탈은 너무 많아 일일이 거론할 수도 없을 정도다. 선관위는 선거기간 중에는 부적절한 식사대접을 받으면 최고 50배의 과태료를 물리는 등 서슬 퍼런 칼을 휘둘렀다. 지난해 6·2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선거 출마자나 선거 출마 예상자로부터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받은 유권자 1000여명에게 6억 5000만원을 과태료로 부과했다.
유권자들에게는 엄정한 잣대를 들이댄 선관위의 간부와 직원들이 예산을 부적절하게 사용해온 것을 납득할 국민이 있을까.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선관위 간부와 직원들에게 딱 들어맞는다. ‘양심불량’ 선관위는 선거비리를 단속할 자격도 없다. 감사원이 선관위 간부와 직원들의 잘못에 대해 “앞으로는 철저히 해달라.”는 식의 솜방망이 조치를 내린 것은 국민의 분노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2011-05-2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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