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구호만으론 조세정의 실현할 수 없다
수정 2011-04-01 00:48
입력 2011-04-01 00:00
문제는 구호만큼 실천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세정을 책임지고 있는 국세청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차대하다. 하지만 국세청의 현주소는 우리를 실망스럽게 만들고 있다. 탈세 방지를 진두지휘해야 할 국세청 전·현직 총수들은 툭하면 탈법과 탈세 방조 혐의 등으로 사법처리 대상이 되곤 했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도 지금 대기업들로부터 7억원대의 자문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사법처리 대상이 되고 있다. 오죽하면 대통령이 “대한민국에서 역대 기관장들이 가장 감옥에 많이 가는 데가 농협중앙회와 국세청”이라고 말했겠는가.
국세행정이 시대변화에 걸맞은 역할을 하려면 우선 국세청 내부의 의식개혁부터 이뤄져야 한다. 구호만으로 조세정의를 실현할 수는 없다. 특히 국세 행정이 사람이 아닌 시스템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람에 의존하는 한 재량권이 남용될 소지가 적지 않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조세행정이 악용될 수 있다는 얘기다. 능력이 부족하다면 외국에 사람을 보내서라도 선진 국세행정을 배워야 한다. 유리알 지갑이라는 봉급자들의 세금만 꼬박꼬박 거둘 게 아니라 곳곳에 숨어 있는 탈세를 찾아내고 아직도 미흡한 고소득 전문직종에 대한 탈세를 가려내야 한다. 조세는 형평성이 생명이다. 이를 위해서는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2011-04-0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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