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시제도 개편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수정 2010-09-06 01:04
입력 2010-09-06 00:00
유감스럽게도 ‘유명환 사태’는 행정·사법·외무 등 3대 고시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특채를 통해 전문성을 갖춘 공무원을 선발하겠다는 정부 구상의 근간을 뒤흔들 전망이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행시는 내년부터 5급 공채로 이름이 바뀌면서 선발인원의 절반가량을 민간전문가로 대체한다. 사시는 2017년에 완전히 폐지되고 로스쿨 졸업자만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게 바뀐다. 외시도 2013년에 없어지면서 1년제 외교아카데미를 통해 새 외교관을 임용한다. 잘될 것 같지가 않다. ‘유명환 사태’에서 보듯 선발의 공정성을 담보할 것이라는 확신이 서질 않기 때문이다. 고시제를 폐지하려면 관련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국회 쪽 의견도 대체로 부정적이다.
너무 성급하다. 제도개편이 능사가 아니다. 61년 동안 시행된 제도를 바꾸는 데 이렇게까지 서두를 까닭이 무엇인가. 고려 광종 때부터 시행된 과거제야말로 우리 조상이 남겨 준 최고의 명품제도라고 칭송하는 이도 많다. 몸에 익은 제도를 새로 바꾸려면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객관적인 절차에 따라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내야 한다. 부작용이 없도록 철저한 준비를 거쳐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현명하다. 한 나라의 동량(棟梁)을 뽑는 일이다. 다시 말하지만, 단기적인 성과에 얽매이지 말고 특혜가 통하지 않는 제도를 확실하게 만든 뒤 시행해야 제2·제3의 ‘유명환 사태’가 생기지 않는다.
2010-09-0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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