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능 원점수 공개 학교 서열화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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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9-09-24 01:48
입력 2009-09-24 00:00
대학 수험생들의 고교별 수능 원(原)점수가 사실상 전면 공개될 전망이다.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이 그제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전체회의서 밝힌 내용이다. 안 장관의 말대로라면 대입 수능과 초·중·고교 학업성취도 평가 성적의 원점수 자료를 국회의원들이 CD로 일괄 제공받게 된다. 이렇게 되면 학교별 성적이 낱낱이 공개되는 만큼 적지 않은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

안병만 장관은 지난해 9월에도 국회에서 수능 원자료 공개 의사를 밝혔지만 교과부 안팎의 반대에 막혀 시·군·구별 성적만 공개해 왔다. 이번에도 연구목적에 한해 학교명과 학생 신상정보를 삭제해 제공하겠다는 전제는 달았다. 하지만 각 지역 고교와 학생 수를 비교한다면 학교별 성적을 파악하기란 어려운 게 아니다. 당연히 성적 위주의 학교 서열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수능 원점수 공개가 사실상 고교평준화가 무너진 상황에서 학교 간 경쟁을 유발한다는 긍정적 평가에도 일리는 있다. 더 좋은 학교에서 공부하기를 원하는 학부모와 학생들에 대한 정보제공이란 측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본격적인 고교선택제를 앞둔 시점에서 뒤처진 학교의 교사나 재학생들의 사기 저하는 불을 보듯 뻔하다. 가뜩이나 특목고를 비롯한 고교등급제를 놓고 논란이 많은 터이다. 무엇보다 수능 성적만 갖고 학교, 학생의 순위를 매기는 단순한 학교서열화는 공교육 활성화란 교육개혁의 큰 걸림돌이 아닐 수 없다. 원점수의 공개에 좀더 신중하게 접근하길 바란다.

2009-09-2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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