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디어법이 비정규직 삶 빼앗아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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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9-06-23 00:00
입력 2009-06-23 00:00
일주일 남았다. 이렇게 아무 조치 없이 이 달을 넘기면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대량실직의 파도에 휩쓸리게 된다. 비정규직으로 2년 이상 근무하지 못하도록 한 비정규직보호법을 어떻게든 손봐야 하건만 이를 다룰 국회는 여전히 굳게 잠겨 있다. 국회의석의 85%를 점하고 있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어제 의원총회를 제각각 열어 ‘6월 국회 단독소집’과 ‘단독국회 결사 저지’를 결의했다. 타협의 정치는 온데간데없고 극한대립의 정쟁에만 매달려 있다. 여야는 대체 어쩌자는 것인가. 입만 열면 민생을 외치는 그 서민정당들은 다 어디로 갔나.

한나라당의 단독국회는 바람직하지도 않거니와 야당들이 실력저지에 나서는 한 실효를 거두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민주당이 6월 국회 개회조건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 등 기존 5개 요구에다 ‘미디어법 포기’를 얹은 것은 더더욱 온당치 않다. 이들 사안은 국회를 열어 논의할 사항이지, 국회를 열기 위한 조건이 될 수 없다. 2000년 15대 국회에서 국회법을 바꿔 짝수달에 임시국회를 열도록 한 취지도 조건 없는 국회를 보장하기 위함이었다. 민주당이 여야 합의로 구성한 미디어발전위원회 활동이 파행 끝에 종료되자마자 미디어법 포기를 요구하며 국회를 가로막는 것은 국회법의 정신에도 어긋날뿐더러 결과적으로 실직위기에 놓인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볼모로 삼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왜 수만, 수십만명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자신들과 직접 관련이 없는 미디어법 공방에 휘말려 일자리를 잃어야 하는가. 지금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솔로몬 왕 앞에서 한 아기를 두고 서로 제자식이라 우기는 여인네들과 다를 바 없다. 끝내 양보하는 정당이 진정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걱정하는 정당이며, 솔로몬왕처럼 국민들은 양보한 자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 믿는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위해 한발씩 물러서는 용단을 여야에 촉구한다.
2009-06-2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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