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盧부부 해명, 어디까지 거짓인가
수정 2009-04-21 00:46
입력 2009-04-21 00:00
권 여사는 정 전 비서관을 통해 박 회장의 돈을 받았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정 전 비서관도 그렇게 말하는 등 노 전 대통령측은 짜맞춘 듯 진술을 일치시켰다. 그러나 검찰은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차명계좌에서 박 회장이 준 3억원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확보한 증거대로 3억원의 종착지가 정 전 비서관이라면 노 전 대통령 부부와 정 전 비서관 모두가 거짓말을 한 셈이다. 노 전 대통령이 사법제재에서 빠져나가고, 정 전 비서관 역시 중한 처벌을 비켜가기 위해 거짓 진술을 했다면 증거인멸과 범인은닉죄에 해당한다. 검찰은 외국 같으면 사법방해죄에 해당할 중대범죄라고 했다.
정 전 비서관의 차명계좌에서는 10억원대의 다른 뭉칫돈도 발견되었다고 한다. 청와대 핵심비서관이 불법자금을 받았고, 그 돈의 일부를 대통령과 영부인에게 전했느니 마느니 논란이 이는 자체가 국가적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당시 청와대가 집단으로 불법행위를 저질렀음은 명백해졌다. 꼬리자르기를 하려고 이리저리 변명하는 모양새가 구차해 보인다. 이제라도 노 전 대통령은 진실을 털어놓기 바란다. 크게 한번 창피를 당하고, 도덕적·사법적으로 총체적인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이는 게 낫다. 그렇게 하는 것이 한때 국가 최고지도자를 지낸 이로서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한다.
2009-04-2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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