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남북 접촉, 북핵 궤도 복귀 계기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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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8-09-19 00:00
입력 2008-09-19 00:00
남북이 오늘 판문점에서 6자회담 경제·에너지 협력 실무협의를 갖는다.2·13합의에 따른 분야별 북핵 해결 프로세스의 일환이다. 북한이 핵불능화 중단선언과 함께 핵시설 복구 움직임을 보이다가 먼저 대화의 손을 내밀었다니 반길 만한 일이다. 모쪼록 이번 실무협의는 북핵 협상이 6자회담 틀 안의 정상 궤도로 복귀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6자회담은 암초에 부딪혀 있다. 핵신고 검증체계에 미온적임을 이유로 미국이 테러지원국 해제를 미루자 북한이 맹반발하면서다. 당초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참가국들은 95만t 상당의 중유를 10월말까지 북측에 지원하기로 돼 있다. 핵불능화의 대가다. 이번 접촉을 놓고도 우려와 기대가 교차한다. 최악의 경우 북한이 핵불능화를 미루며 중유만 챙기려 들 개연성도 있다. 우리는 에너지 지원이 절실한 북한이 협의에 호응한 만큼 전향적 태도로 나올 것이란 관측이 맞아떨어지길 바란다.



경제·에너지 실무그룹 회의 의장국인 우리 측이 북한의 핵불능화 포기선언에도 불구하고, 실무회의 개최를 설득해온 것은 잘한 일이다. 이번 회담에도 그런 대국적·신축적 자세로 임해야 한다. 불능화 의무를 충실히 이행해야만 에너지 지원을 완료한다는 원칙을 견지하되 핵신고 내용 검증 방식 등에선 유연한 자세를 보이란 얘기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와병으로 북측 내부 사정도 어수선한 마당에 단숨에 전면 핵사찰을 관철하긴 어차피 어렵지 않겠는가.

북한도 미 부시 행정부 임기내에 6자회담이 결실을 맺는 게 스스로에게 이롭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기왕의 북핵 합의에 역주행함으로써 우리나 미국의 조야에 조성된 대북 지원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지는 말아야 한다. 부디 이번 접촉에서 뒤틀린 북핵 해법뿐만 아니라 경색된 남북관계를 푸는 물꼬가 트이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2008-09-1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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