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적’ 표현 삭제 논란거리 아니다
수정 2005-01-31 07:38
입력 2005-01-31 00:00
주적 표현을 놓고 정치권이 찬반 논란을 벌이는 것은 소모적이고 어른스럽지 못하다. 주적 표현이 없어졌다고 해서 우리가 북한의 위협에 굴복했다거나, 군의 대비태세가 흐트러질 것이라는 시각은 근시안적이다. 실제 ‘주적인 북한의’라는 표현은 ‘북한의 재래식 무기, 대량 살상무기, 군사력의 전방배치 등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위협’으로 바뀐다. 주적 개념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표현만 바뀌는 것이다. 북한뿐 아니라 어떤 국가든 대한민국을 침략하고 위협을 가한다면 이것이 바로 우리의 적이다. 북한만 주적으로 남겨두자는 주장은 다른 위협은 적이 아니라는 논리가 될 수도 있다.
주적 표현을 고수한다고 남북관계가 경색된다든가, 표현을 없앴다고 안보공백이 우려된다는 주장은 단견일뿐더러 정치적 논란거리도 못 된다. 군대를 보유한 어느 나라에도 주적개념은 없다. 단지 자기네 나라를 침략하는 상대를 적으로 간주할 뿐이다. 주적 표현을 직접적인 군사위협으로 대체하는 것은 변화하는 국제안보환경에 대처하는 포괄적이고 전향적인 조치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2005-01-31 2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