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호적대안 ‘1인1적제’ 방향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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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5-01-12 00:00
입력 2005-01-12 00:00
대법원이 호주제 폐지 이후 호적을 대체할 새로운 신분등록제도로 ‘혼합형 1인1적’ 제도를 내놓았다. 개인별 신분등록부에 본인과 배우자, 부모, 자녀의 가족 신상정보를 함께 기재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호적제 대안으로는 개인별 신분등록제, 가족부제, 주민등록과의 통합안 등 여러가지가 논의돼 왔다. 대법원은 개인별 신분등록제 성격도 갖고 가족부제 성격도 가진, 비교적 진취적이고도 현실적인 안을 공식 의견으로 채택한 셈이다.

우리는 여성을 남성의 예속적인 존재로 규정하여 남녀차별 의식을 조장하고 이혼이나 재혼가족 등에 고통을 주어 온 호주제 폐지를 강력히 주장해 왔다. 이의 연장선에서, 대안으로 논의되는 신분등록제도 역시 이러한 호주제 폐지 취지에 부합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본다.

따라서 새 신분등록제는 가족간 서로 종속된 형태가 아닌, 국민 각자가 자신의 신분변동과정을 전부 기재하는 1인1적제가 기본방향이어야 한다고 본다. 신분등록부 때문에 부모의 이혼사실 등이 알려져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와 사회생활 상의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어져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대법원 안은 큰 틀에서 이러한 개인존중, 프라이버시 보호 취지를 살리면서 부부, 친자 등 가족관계의 공시력도 확보한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1인1적제가 전통적 가족제도 붕괴를 가속화할 것이란 우려도 만만찮다. 가족중심의 국민정서에 어긋나 ‘가족부’를 선호하는 주장도 많다. 그러나 또다시 부부간 어느 한쪽을 기준인으로 내세우면 가족평등 실현이라는 호주제 폐지 취지가 반감하고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한 차별의식도 제거하기 힘들다. 현실적으로도 소속 가족에 따른 이적(移籍)등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국회는 앞으로 법무부안 등을 더 취합하여 공청회를 갖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된다. 과도기적인 절충형 제도보다는 미래를 바라본 최선의 안을 도출해주기 바란다.
2005-01-12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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