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제 은행권이 앞장설 때다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수정 2004-11-01 07:29
입력 2004-11-01 00:00
우리 경제는 지금 내수 침체에 수출 둔화, 고유가 등 대외여건 악화 등으로 깊은 불황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경기동행 및 선행지수가 6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면서 우려하던 ‘더블 딥’(이중침체)의 수렁으로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비관론마저 고개를 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얼어붙은 기업의 투자 마인드를 되살리고 시중에 넘쳐나는 부동자금을 생산과 투자, 소비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로 바꾸려면 은행권이 제몫을 다해야 한다고 본다.

지난 2002년 하반기 이후 우리 경제가 카드 빚의 덫에 걸려 활기를 잃기 시작하자 은행권은 앞다퉈 안정성 위주로 자금을 운용해왔다. 그 결과, 가계와 중소기업의 자금사정이 경색되면서 투자와 소비도 함께 위축되는 악순환을 되풀이했다. 시중자금이 원활하게 흐를 수 있도록 중계해야 할 은행권이 도리어 동맥경화증을 일으키도록 장애 구실을 한 것이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공공성 실종을 나무라고 나선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1일 강정원 신임 국민은행장의 취임, 한미은행과 씨티은행 서울지점의 통합법인인 한국씨티은행의 출범이 움츠러들기만 했던 은행권의 영업형태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는 새로운 경영 환경을 맞는 통합은행들의 영업전략 강화에 발맞춰 은행권이 대출 수요처를 적극 개발하는 등 경제 활성화에 불씨를 지펴주기를 당부한다. 그것이 국가경제도 살리면서 금융권도 사는 길이다. 금융권의 공익성과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국가적인 프로젝트를 선도할 수 있을 정도로 금융기법의 선진화에도 전력을 쏟아야 할 것이다.
2004-11-01 2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