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카드대란’ 책임추궁 미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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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4-07-17 00:00
입력 2004-07-17 00:00
감사원이 어제 발표한 카드대란에 대한 특감결과는 정책적 실패에 면죄부를 준 것이나 다를 바 없다.감사원은 400만명에 이르는 신용불량자를 양산하고 국내 최대 카드사를 벼랑 끝까지 내몰아 금융시스템 위기까지 초래했음에도 금융감독원 부원장 1명의 인사조치를 요구하는 선에서 책임 추궁의 한계를 그었다.비효율적인 금융감독시스템과 카드사의 마구잡이식 영업 확장,카드 이용자의 도덕적 해이가 상승작용하면서 카드대란이 빚어졌다고 하면서도 이를 조장하고 방조한 정책 입안자와 집행자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지 않은 것이다.

감사원 특감의 목표가 제도 개선을 통한 유사 사태 재발 방지에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금융감독체계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 등으로 집약된 특감 결과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하지만 법적인 책임을 묻기는 어렵더라도 누가 내수진작용으로 카드정책을 제시했는지,어떤 정책결정 과정을 통해 카드 현금서비스 한도가 폐지되고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와 영수증 복권제가 도입됐는지 등은 가려졌어야 한다.그래야만 잘못된 정책을 부추기고 장단을 맞춘 당국자들의 책임을 규명할 수 있다.역사 앞에 정책 실패의 책임을 묻는 길이기도 하다.



우리는 특감 결과가 미흡하다는 점을 거듭 지적하면서 정부혁신위가 이른 시일 내에 금융감독 개편방안을 내놓을 것을 촉구한다.지금처럼 재정경제부,금융감독위원회,금융감독원 등으로 분산된 금융감독체계로는 시장 변화에 걸맞은 감독정책과 집행을 기대하기 어렵다.더 이상 자신들의 ‘밥그릇’ 다툼에 시장이 멍들게 해선 안 된다.특히 지난해 LG카드사태 때처럼 정부가 카드사에 질질 끌려다니는 모습이 되풀이돼선 안 될 것이다.

신용카드는 신용사회,다시 말하면 자본주의 질서를 유지하는 핵심 수단이다.이를 경기 활성화에 이용하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카드대란은 분명히 보여주었다.단기 부양책의 유혹이 느껴질 때면 카드대란을 떠올려야 할 것이다.˝
2004-07-1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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