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삶의 터전, 예술의 요람
수정 2018-11-27 17:17
입력 2018-11-27 17:12
(89※96.5㎝, 포틀랜드 미술관, 미국 메인주 포틀랜드)
미국 예술에서 메인주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거친 풍광과 바위투성이 해안은 참신한 소재를 찾던 예술가들을 끌어당겼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이곳 삼림을 탐사한 후 1864년 ‘메인주의 숲’이라는 책을 펴냈다. 소로는 이 책에서 메인주의 자연을 열렬히 예찬했다. 조지 벨로스에서 록웰 켄트에 이르기까지 여러 화가가 여름이면 화구를 꾸려 메인주로 향했고, 와이엇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보통 N C 와이엇으로 불리는 뉴웰 컨버스 와이엇은 1910~1920년대에 삽화가로 명성을 날렸다. 매사추세츠의 한 농가에서 태어나 말을 돌보고, 밭일을 거들고, 장작을 팼던 와이엇은 사람들이 일할 때 어떤 근육을 쓰고 어떤 자세를 취하는지 잘 알았다. 이 경험은 훗날 그림에 생생함을 불어넣는 데 도움이 됐다.
와이엇은 스무 살 때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지의 표지를 그려 50달러를 받은 것을 시작으로 평생 수많은 삽화를 그렸다. 스크리브너 출판사와 손잡고 펴낸 ‘로빈 후드’, ‘보물섬’, ‘로빈슨 크루소’ 같은 책들은 지금도 명품 삽화로 기억되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본격적으로 회화에도 손을 댔다. 일러스트레이션에서 너무 큰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에 회화에서의 성취가 가린 점이 있으나 매력적인 작품들을 남겼다. 다섯 아이 가운데 세 명이 화가가 됐는데, 막내아들 앤드루가 가장 유명하다. 사실적이면서도 미스터리한 분위기가 감도는 그림으로 아버지에 버금가는 명성을 얻었다.
미술평론가
2018-11-28 3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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