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형칼럼] 한나라당, 추락중인가
수정 2006-07-20 00:00
입력 2006-07-20 00:00
둘째, 지방선거 이후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근 50%에 육박하자 국민들로부터 엄청난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것이다. 알고 보면,2004년 총선때 열린우리당을 지지했던 충청권과 대구·경북지역,30대와 50대 이상 중장년층들이 대거 이탈하여 한나라당을 지지한 것이고, 노무현정부에 대한 거부감이 한나라당에 반사적 호감으로 전이된 것에 불과하다. 유권자들은 여차하면 한나라당에 등을 돌릴 준비가 되어 있다. 시정에는 전당대회 이후의 한나라당의 행태를 보면서 탄식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셋째, 한나라당 사람들은 내년의 대권 경쟁 구도가 기존 정당들의 대선 후보간 경쟁으로 펼쳐지리라는 가정법에 매몰되어 있다. 그러나 기성 정치인은 물론 기성 정당에 대한 불신도 엄청나다. 세계적인 추세의 하나이기도 하지만 대의민주주의 제도로서 정당은 인터넷 등 전자민주주의의 확산, 각종 이익단체와 NGO의 활성화 등으로 이미 퇴조의 길을 걷고 있다. 유권자들은 기성 정당 후보보다 때묻지 않은 신선한 리더십을 갈망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이러한 착시 현상에서 깨어나려면 몸을 완전히 낮춰 다시 바닥 민심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수해 현장에서 이재민과 함께 땀을 흘려야 하고, 주부의 시장바구니를 헤쳐 보아야 한다. 박근혜 전 대표가 강재섭체제를 수렴청정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면 그것은 바로 그녀의 리더십에 큰 상처를 내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
대선 후보 경선 게임룰을 두고 왈가왈부가 많다고 한다면 현행 국민 참여 비율 고수의 끈도 놓아야 한다. 비록 작년에 당 혁신위가 6개월동안 머리를 싸매고 연구한 끝에 간신히 만든 경선 선거인단 구성 방안이라고 하더라도 버릴 때는 과감히 버려야 한다. 대의원과 책임당원,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각기 2:3:3:2로 반영하는 안이 황금률 구성비라고 하더라도 큰 안목으로 보면 대수가 아니다.
9년전인 1997년 7월 열린 한나라당 전신인 신한국당 전당대회는 여론 지지율 50%를 웃돌던 이회창씨를 대선 후보로 선출했지만 결국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하지 않았는가. 불과 2개월 뒤 그의 인기는 급전직하했고, 이인제씨는 불공정 경선을 이유로 불복하고 독자 출마를 선언했다. 지금 한나라당 지도자는 절벽 끝에 매달려 스스로 자일을 끊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내가 죽더라도 다른 등반 대원들이 기어코 정권의 고지를 정복할 수 있도록 하는 담대함이 필요하다. 조금 유리하다고 미련을 가지고 매달리면 더 큰 것을 잃는 법이다.
본사 고문 khlee@seoul.co.kr
2006-07-2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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