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빛 발견] 말의 변화/이경우 어문부장
이경우 기자
수정 2019-05-02 03:00
입력 2019-05-01 23:02
‘주년’과 ‘주기’는 다른 말이지만, 뜻을 같이하는 부분이 생겼다. 표준국어대사전을 인용하면 ‘주년’은 “일 년을 단위로 돌아오는 돌을 세는 단위”다. 다시 말해 어떤 일이 1년마다 돌아오는 해를 나타낸다. 올해는 3·1운동이 일어난 지 100년이 되는 해여서 ‘3·1운동 100주년’이다. 대한제국의 고종이 사망한 지 10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해서 ‘고종 서거 100주년’이기도 하다. ‘주년’은 이렇게 좋고 나쁘고를 구별하지 않고 쓰였다. 그렇지만 슬픈 일에는 ‘주년’을 조금씩 꺼렸다. 대체어는 가까이 있던 ‘주기’였다.
‘주기’는 “사람이 죽은 뒤 그 날짜가 해마다 돌아오는 횟수를 나타내는 말”이다. 즉 ‘주기’는 제삿날을 가리킨다. 슬픔이 있다. ‘세월호 참사 1주년…5주년’으로는 슬픔을 담기 어려웠다. ‘세월호 참사 1주기…5주기’, ‘세월호 1주기…5주기’라야 했다. ‘주기’는 아프고 슬픈 일에 쓰는 말이 됐다.
wlee@seoul.co.kr
2019-05-02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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