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빛 발견] ‘다른 것이 섞이지 않은’을 덧붙이는 ‘강-’
수정 2016-11-24 00:52
입력 2016-11-23 22:56
안주 없이 마시는 소주를 더 강하게 표현하고 싶어서였을까. 독해 보인다는 의미를 세게 담아내고 싶어서였을까. 본래 ‘강소주’였던 말인데, 지금은 대부분 ‘깡소주’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현재도 규범에 맞는 표기는 ‘강소주’다. 이때 ‘강-’은 ‘강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것만으로 된’, ‘다른 것이 섞이지 않은’이라는 뜻이다. 순수한 것이라고 할 수 있으니, ‘강한’ 것과 통할 수도 있겠다. 이 ‘강-’이 붙었으니 ‘강소주’는 ‘안주 없이 먹는 소주’를 가리키는 말이 됐다.
‘강추위’의 ‘강-’도 ‘강소주’의 ‘강-’과 같은 의미를 덧붙인다. 이때의 ‘강추위’는 바로 짐작되는 ‘추위’가 아니다. ‘눈이 오고 매운바람이 부는 심한 추위’를 뜻하지 않는다. ‘눈도 오지 않고 바람도 불지 않으면서 몹시 매운 추위’를 가리킨다. 요즘이야 눈이나 바람이 있다는 ‘강(强)추위’가 주로 쓰이지만, 예전에는 ‘순수한’ 추위만 있었다.
이경우 어문팀장 wlee@seoul.co.kr
2016-11-24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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