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환의 시시콜콜] ‘블랙홀’ 시안과 한국
수정 2014-03-28 00:00
입력 2014-03-28 00:00
중국 산시(陝西)성의 성도인 시안은 주(周), 진, 한(漢), 당(唐) 등 중국 역대 13개 왕조가 도읍으로 삼았던 곳이다. 도시 곳곳에 역사적 스토리가 넘쳐난다. 손오공과 현장법사의 이야깃거리를 남긴 당대에 가장 번성했다. 장안(長安)으로 불리며 세상의 중심을 자처했다. 실크로드의 관문 역할을 했던 그때도 장안은 ‘블랙홀’처럼 세계인들을 끌어모았다. 시안의 산시박물관에는 코가 크고, 눈이 움푹 들어간 중동계나 코카서스 인종을 형상화한 당삼채(唐三彩) 도자기들이 널려 있다. 우리와도 인연이 깊다. 통일신라 시대의 대문장가 최치원, ‘왕오천축국전’을 저술한 고승 혜초, 당의 서역정벌을 이끈 고구려 유민 출신 장군 고선지 등이 장안을 무대로 대활약을 펼쳤다. 임시정부 광복군이 시안에 주둔하기도 했다. 그 흔적이 남아 있다.
중국 지도를 펼쳐 놓으면 시안은 정중앙쯤에 자리한다. 병마용들이 ‘부활’하고 1200여년 만에 또다시 세계의 ‘블랙홀’이 된 지금 시안은 쓰촨(四川)성 청두(成都), 충칭(重慶)과 함께 중국 정부의 역점사업인 서부대개발의 세 축 가운데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당의 심장부인 장안에 들어가 뚜렷하게 존재를 각인시킨 최치원이나 고선지의 ‘부활’을 기대하는 이유다. 스스로 블랙홀에 빨려들어가 그 정곡을 찔러야 할 때다.
때마침 70억 달러를 투자한 삼성전자의 시안 반도체공장이 오는 5월부터 가동된다고 한다. 역대 중국 투자 중 최대 규모다. 현대차도 인근 충칭(重慶)에 중국 내 네 번째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블랙홀의 중심에 들어서고 있는 우리 기업들의 선전이 기대된다. 한·중관계가 ‘봄날’인데다 기다렸다는 듯 우리 드라마 ‘별그대’가 중국을 휩쓸고 있지 않는가.
stinger@seoul.co.kr
2014-03-2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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