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총파업 중단=사르코지 승리?/이종수 파리 특파원
수정 2007-12-01 00:00
입력 2007-12-01 00:00
그러나 프랑스의 내면 풍경은 이를 즐길 만한 여유가 없어 보인다. 총파업이라는 급한 불은 꺼졌지만 여전히 잠복 중인 몇가지 악재가 도심의 공기를 불안하게 한다. 그 근저에는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추진하는 전방위 개혁에 대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사회적 저항’이 자리잡고 있다.
먼저 파리 교외 소요사태는 어느 정도 진정 국면에 들어섰다. 그러나 교육 기회의 불평등과 높은 실업률에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이 상존하기 때문에 파리 교외지역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휴화산이다. 또 대학개혁에 반대, 캠퍼스를 봉쇄한 학생단체의 저항도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다. 그런데 르 피가로 등 우파 성향의 신문들은 지난달 13일부터 9일 동안 이어진 총파업이 중단된 뒤 ‘사르코지의 승리´라고 앞다퉈 보도했다. 또 국내 언론들도 마치 사르코지의 리더십 앞에 노동계로 상징되는 ‘사회적 저항´이 패배한 것처럼 전했다.
그러나 ‘총파업 중단=사르코지 승리’라는 등식은 한 사회의 총체성을 간과한 단편적인 시각이 아닐까? 단순한 도식화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려면 이번 총파업이 갖는 특성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물론 노동계가 총파업을 일단 중단하고 노-사-정 협상 테이블에 나옴으로써 사르코지 대통령의 개혁은 힘과 속도가 실리게 됐다. 그러나 곳곳에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먼저 11월29일 시작한 철도부문 노-사-정 협상 여부에 따라 노동계 파업이 재발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지하철·버스·전차 노조도 협상 결과에 따라 언제든지 다시 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
여기에 협상에 반발하는 강성 노조의 움직임도 간과하면 안 된다. 또 에너지부문 노동자들은 벌써 오는 16일 파업 계획을 예고했다.
더 의문이 가는 것은 노동계가 이번에 총파업을 중단한 것이 과연 ‘패배’인가라는 점이다. 답을 찾기 위해 이번 총파업을 1995년의 총파업과 비교해 보자. 파업의 원인은 같다. 정부가 추진한 공기업 특별체제 연금개혁이 불씨가 됐다. 그러나 1995년 대통령 선거의 이슈는 성장 우선과 사회정의 구현, 고용 창출 등이 주요 이슈였다. 반면 이번 대선에서는 공기업을 대상으로 한 특별체제 연금개혁이 주요한 대선 공약이었다. 따라서 노·사·정 모두에게 어느 정도 준비된 ‘갈등’이었기에 12년전에 견줘 상대적으로 절충점을 찾기가 쉬웠다.
또 노동계가 ‘노-사-정 협상’으로 선회한 것이 파업의 끝이 아니라는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노동 사회학자인 장-미셀 드니는 “이번 총파업 중단은 결코 파업의 끝이 아니다.”며 “노동자들은 다른 방식으로 그들의 입장을 전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구체적으로 시위, 국민서명운동과 보이콧 등을 들었다.
총파업에 대한 언론의 시각도 ‘사르코지의 승리’라는 인식을 낳은 한 요인이다. 좌파 성향의 리베라시옹은 “언론이 총파업을 다루는 양상이 동일하지 않았다.”며 “지역 일간지는 파업에 긍정적이었던데 견줘 중앙지는 부정적으로 다뤘다.”고 전했다. 르 피가로의 경우 항상 응답자 60% 이상이 파업에 부정적이라고 보도했다.
여기엔 정치적 감각이 뛰어난 사르코지 대통령이 연금 납부기간의 ‘형평성’을 내세워 공기업 노동자들에 대한 우호적 시각을 차단한 것도 주효했다.
최대 노동단체인 노동총동맹(CGT)의 베르나르 티보 위원장이 12년전보다 ‘온건 노선’을 취하면서 노동계가 강경·온건파로 나뉜 것도 달라진 양상이다. 어디를 살펴보더라도 ‘총파업 중단=사르코지 승리’라는 도식에 고개를 끄덕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이종수 파리 특파원 vielee@seoul.co.kr
2007-12-0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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