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내포신도시/서동철 논설위원
수정 2012-12-08 00:08
입력 2012-12-08 00:00
내포신도시라는 이름은 지난 2010년 ‘도청 이전지역 새 이름 공모’의 당선작이다. 응모자는 ‘내포’의 당위성을 역설하면서 풍부한 역사 및 인문지리 자료를 제시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심사위원들도 응모작 가운데 ‘내포시’라는 이름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한결같이 무릎을 쳤다고 한다. 충남도청이 들어설 새로운 도시의 역사성을 이만큼 완벽하게 보여 주는 이름을 다시 찾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포는 가야산을 중심으로 한 주변 10개 고을을 지칭한다고 이중환(1690~1752)은 ‘택리지’(擇里志)에서 설명했다. 태안, 서산, 당진, 홍주, 예산, 덕산, 결성, 해미, 신창, 면천이 이에 해당한다. 내포는 바닷물이 내륙으로 드나들던 지역을 뜻하는 일반명사였지만, 서쪽으로는 바다와 만나고 내륙으로는 평야가 넓어 살기 좋은 이 지역을 가리키는 고유명사로 일찌감치 탈바꿈한 것이다.
‘백제의 미소’로 불리며 장거리 항해의 안녕을 빌던 가야산 서쪽의 서산마애불은 삼국시대부터 이 지역이 대중국 교류의 전진기지였으며, 가야산 동쪽 덕산의 전시관에서 볼 수 있는 부보상의 역사 또한 내포가 상업 활동의 중심지였음을 알려 준다. 나아가 추사 김정희의 예술혼을 낳은 내포의 정신 문화가 20세기에도 김좌진 장군과 윤봉길 의사의 충절로 이어졌음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고민도 없지 않다. 두 지역 민심이 이견을 보이며 내포가 행정구역 명칭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일산신도시나 분당신도시처럼 그저 편의상 명칭으로 굳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 한 울타리 안에 지어진 도청과 도의회의 주소가 홍성과 예산으로 갈리게 됐다는 웃지 못할 뉴스도 들린다. 두 지역민에게 내포 지역이 공유한 동질성을 기억하라고 당부하고 싶다. 같은 DNA를 가진 사람들이 화합의 정신을 되살린다면 더 큰 문제라도 얼마든지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2012-12-08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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