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박용성, 소신과 비겁함의 사이/박성국 정책뉴스부 기자
수정 2012-08-14 00:00
입력 2012-08-14 00:00
대한민국 선수단은 금메달 13개와 종합 5위란 ‘원정 대회’ 사상 최고의 성적(1988년 서울올림픽에서는 종합 4위)을 거두고 14일 금의환향하지만 체육계의 ‘어른’인 박 회장에 대한 믿음은 땅 밑에 처박힐 위기에 처해 있다. 인터넷 검색 사이트에서 ‘박용성’을 검색하면 ‘사퇴’와 ‘친일파’란 단어가 자동으로 떠오르는 것만 봐도 그를 향한 스포츠팬들의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박 회장으로선 억울한 일이 많았을 것이다. 그래서 지난 11일(현지시간) 런던에서 열린 ‘선수들의 밤’ 행사 이후 작심한 듯 품었던 말을 뱉어냈을 것이다. ‘신아람 오심’ 사건에 대한 책임은 대한펜싱협회로 떠넘겼다. 펜싱협회가 경기 규정을 몰라 항의할 기회를 날려 버렸다는 것이다. 3, 4위전 출전을 거부하는 신아람에게 대회 출전을 종용했다는 사실은 뒤늦게 인정했다. 체육회는 애초 이 사실이 알려지자 그런 일이 없다고 부인해 왔다. 스물여섯 젊은 선수가 지난 4년 흘린 땀의 결실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도둑맞았는데도 체육회는 선수의 억울함을 풀어주려는 노력보다 ‘회장님’과 조직의 안위만 챙기기에 급급한 인상이었다.
런던올림픽은 끝났지만 아직도 국내 팬들의 관심은 그곳에 머물러 있다. 축구대표팀의 박종우가 연루된 ‘독도 세리머니’ 논란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도 체육회의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박 회장이 “사전에 정치적인 몸짓을 해서는 안 된다고 교육을 몇 차례 시켰는데 선수가 흥분해 저지른 일”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선수 개인 탓으로 돌렸다.
IOC와 국제축구연맹(FIFA)이 잔뜩 주시하는 가운데 굳이 이 시점에 이런 말을 꼭 해야만 했을까. 귀국하는 박 회장에게 묻고 싶다.
psk@seoul.co.kr
2012-08-14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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