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조선족/김종면 논설위원
수정 2012-04-10 00:02
입력 2012-04-10 00:00
몇년 전만 해도 조선족이라면 중국 억양의 한국말을 사용하며 식당에서 일하는, 왠지 선할 것 같은 인간 부류를 떠올렸다. 수출산업단지로 조성된 옛 구로공단 옆 가리봉동의 기억도 새롭다. 쇠락한 공단의 근로자들이 하나둘 떠난 스산한 자리에 임대료 몇 푼 갖고 들어와 옹기종기 살아가던 그들 아닌가. 비록 불법체류 신분이지만 치열하게 살아가는 조선족을 등치는 한국인의 일그러진 모습을 그린 TV드라마가 눈길을 끈 적도 있다. ‘가리봉 엘레지’다. 끝내 코리안 드림을 잃지 않던 독립군 후예 주인공의 모습은 어디로 갔는가.
조선족에게는 반일제 투쟁의 역사도 있다. 1930년대 중국의 동북 3성이 일제의 만주 괴뢰국 영토로 전락하면서 이 지역 조선족들은 더할 수 없는 핍박을 받았다. 하지만 이들은 결코 굴하지 않고 항일투쟁에 나섰다. 재중 동포의 개황을 밝힌 ‘조선족간사’(연변인민출판사)에 따르면 10만여명의 조선족이 항일전투에 참가해 1만여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수원 성폭행 살해’ 사건의 범인이 조선족으로 밝혀지면서 그런 자랑스러운 역사마저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으니 안타까운 노릇이다. 반조선족 감정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조선족 범죄가 늘어나고 수법 또한 날로 흉포해지고 있으니 그럴 법도 하다.
중국의 조선족 인구는 200만명 선으로 추산된다. 그중 절반 이상이 지린성에 산다. 국내에 체류하는 중국 동포는 50여만명에 이른다. 가히 ‘집단이주’ 수준이다. 엄연히 우리 사회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이상 그들을 안고 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조선족 중국인’에 대한 지원 강화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을 외면할 수는 없다. 범죄 단속과는 별개로 다문화 포용정책은 지속돼야 한다.
김종면 논설위원 jmkim@seoul.co.kr
2012-04-1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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