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여성 CEO/임태순 논설위원
수정 2011-08-25 00:48
입력 2011-08-25 00:00
아끼고 모으는 것이 체질화된 여성들에게는 유전적으로 경제인자(因子)가 있는 듯하다. 부동산 투기를 하는 ‘복부인’, 알뜰살뜰 살림을 잘하는 ‘또순이’라는 말은 있어도 이에 대칭되는 남자들을 가리키는 단어는 없다. 그러나 전문경영인으로 문호를 넓히면 여성의 진출은 빈약하다. 국세청이 지난 2008년 매출 100억원 이상 법인의 최고경영자(CEO)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만 2203명 가운데 여성 CEO는 4.8%인 1074명에 그쳤다. 상위 50대 기업에는 한 명도 없다. 그나마 20~30대 영파워에서 여성 CEO의 비율이 8.6%로 평균을 넘어서고, 정보기술(IT)분야에 많이 진출하고 있다는 것이 위안을 준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엊그제 여성 임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여성도 최고 경영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은 능력도 있고 유연하다. 이길 수 있고 이겨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최근 여성의 활발한 사회 진출을 보면 단순한 공치사는 아니다. 힘과 생산력이 뒷받침되는 산업사회에서는 남성들이 여성들에 비해 훨씬 더 능력을 발휘하기가 좋았다. 하지만 무한복제가 되는 디지털 시대에는 힘은 그다지 필요없다. 오히려 섬세한 여성들의 소프트파워가 더욱 궁합이 맞을 것이다. 얼마 전 통계청 자료를 보니 올해 서울에서 가사 및 육아를 담당하는 남성이 3만 6000명으로 6년 만에 2.3배 증가했다고 한다. 디지털 시대에 현명한 남자들의 생존법인지도 모르겠다.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2011-08-2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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