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짝퉁 루이뷔통/박홍기 논설위원
수정 2011-07-15 00:38
입력 2011-07-15 00:00
루이뷔통은 150년의 역사를 가진 명품 브랜드다. 제조자 이름이기도 하다. 트렁크 회사 견습공 출신인 루이뷔통은 1854년 프랑스 파리 중심가 루데브데 4번가에 처음 여행가방 전문점을 냈다. 당시 혁신적이고 독창적인 디자인과 실용성 덕에 큰 호응을 얻었다. 인기는 지금도 식을 줄 모른다. 루이뷔통의 첫 글자 ‘LV’에 아르누보 경향의 꽃과 별을 결합시킨 디자인은 아들 조르주 뷔통이 1896년 모조품을 막기 위해 고안한 것이다.
루이뷔통 핸드백은 우리나라에서 ‘3초 백(bag)’으로 불린다. 3초마다 눈에 띌 만큼 흔한 탓에 ‘국민가방’이라는 별칭도 붙었다. ‘5초 백’은 구치다. 특정계층의 소유물이 아닌 것이다. 루이뷔통 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4200억원으로 10년 만에 8배나 급증했다. 비쌀수록 잘 팔린다는 속설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베블런 효과다. 미국 사회학자 베블런은 1899년 ‘유한계급론’에서 ‘상층계급의 두드러진 소비는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기 위해 자각 없이 이뤄진다.’라고 갈파했다.
베블런 효과와 좀 다른 구매심리를 스놉(snob) 효과라고 한다. 미 경제학자 하비 레이번스타인이 1950년 제시한 ‘특정 상품에 대한 소비가 늘어나 희소성이 떨어지면 그 상품의 수요가 줄어드는 현상’이다. 그러면서도 다른 사람들이 사기 어려운 값비싼 상품을 보면 더 사고 싶어 하는 속물근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남과 다르다는 백로(白鷺)효과다.
스놉 효과는 일본에서 가시화되고 있다. 1980~90년대 호황 시절 명품 핸드백은 일본 여성들의 필수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한때 루이뷔통 전체 판매량의 70%가량을 일본이 차지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명품 매출액이 최근 몇년간 감소세다. 경제 불황보다 희소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우리나라의 명품 선호도는 아직 일본 수준에 못 미치는 것 같다. 올 상반기 특허청에 적발된 짝퉁 명품 가운데 루이뷔통이 가장 많았다. 짝퉁이라도 들고 다녀야 직성이 풀리는 과시욕이나 허영심 때문인 듯싶다. 우리나라에서는 언제쯤 베블런 효과가 스놉 효과로 바뀔지 자못 궁금하다.
박홍기 논설위원 hkpark@seoul.co.kr
2011-07-1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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