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양자의 사죄/김종면 논설위원
수정 2011-04-19 00:38
입력 2011-04-19 00:00
이 부회장은 오늘 서울 수유동 4·19묘역을 참배하고 사죄성명을 냈다. “당시 정부의 잘못으로 인해 희생된 학생들과 그 유족들에게 머리 숙여 조의를 표한다. 앞으로 4·19유족회 등 관련 단체와 힘을 모아 당시의 잘못을 반면교사로 삼아 국가 발전에 함께 이바지하겠다.” 51년의 침묵 끝에 나온 공식성명이다. 뒷공론의 핵심은 진정성 여부다. 기념사업회 측은 이 전 대통령이 인의 장막에 가려 3·15부정선거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4·19단체 등은 책임회피라고 반박한다. 공무원과 경찰이 활개친 천하 공지의 부정선거였음에도 85세의 대통령은 정말 몰랐을까. 사죄를 한다면서 왜 굳이 그런 ‘자존’(自尊)의 말을 덧붙였을까. 사죄 아닌 ‘사과’를 앞세워 기념관·동상건립 사업 등을 본격화하려는 의도라는 게 4·19관련 단체 등의 해석이다. 이 부회장도 언급했듯 “이승만 대통령에 대해 부정적으로만 생각해 온 세월”이 지난 지금이 사죄의 적기라고 여겼을지도 모른다. 얼마 전 기념사업회 회장으로 취임한 이기수 전 고려대 총장의 권고에 따른 것이라고도 한다. 그런 맥락이라면 그건 시대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깨달음은 항상 늦게 찾아오는 법이다. 그래도 사죄가 이뤄졌으니 다행이다. 중요한 건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는 186명이 죽고 6000여명이 다치며 일궈낸 소중한 피의 혁명의 결실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그 순결한 희생에 값하고 있는가. 진정 시대와의 화해를 원한다면 너나없이 그 가혹한 역사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한다. 무릇 모든 혁명이 그렇듯 4·19혁명 또한 다음 세대, 우리의 후손을 위한 것이다. 그러나 오늘의 젊은 세대에게는 빛바랜 역사로 잊히는 듯해 안타깝다. 4·19 민주정신은 이제 한 단계 승화돼야 한다. 민주화 이후의 민주화는 우리 사회의 공동체적 가치를 회복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김종면 논설위원 jmkim@seoul.co.kr
2011-04-1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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