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천영우·힐의 발언 우려스럽다/김미경 정치부 기자
수정 2011-01-20 00:00
입력 2011-01-20 00:00
지난해 11월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 및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6자회담 및 남북대화 재개를 둘러싼 관련국들 간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라서 더욱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수년간 6자회담 한·미 수석대표를 맡았던 전·현직 외교 당국자들의 최근 발언들은 우려스럽다.
지난 2006~2008년 우리 측 6자회담 수석대표로 북한의 핵시설 불능화 등을 담은 ‘2·13 합의’와 ‘10·3 합의’ 등 굵직한 합의를 이끌어냈던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최근 미국 PBS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동안 북한이 비핵화를 거부하는 데 대한 충분한 대가를 부과하지 않았다.”며 “북한이 이렇게 가다간 파산할 때가 올 것이고 한계에 도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을 누구보다 잘 알고 6자회담을 통한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에 대해 상당히 확신했던 천 수석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놀랍다. 스스로 대북 ‘실용주의자’에서 ‘강경주의자’로 옷을 바꿔 입겠다는 것인가.
미국 측 수석대표로 천 수석과 손발을 맞췄던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도 최근 방한 초청강연에서 “북한 정권은 지금 가장 불안정한 시기”라며 “6자회담은 북한이 말한 것을 이행하도록 하는 데 실패했다.”며 무용론까지 피력했다. 북한과 협상하기 위해 직접 수차례 방북했던 미국 전 고위관리의 말이라고 보기에는 무책임하다.
천 수석과 힐 전 차관보는 대북 강경론을 펴기 전에 그동안 6자회담 성패에서 배운 노하우를 한반도 평화외교 구축을 위해 활용해야 할 것이다. 한반도 주변 외교가는 지금 현실적 협상론자를 원하고 있다.
chaplin7@seoul.co.kr
2011-01-2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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