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축구 정치인/이춘규 논설위원
수정 2011-01-08 00:26
입력 2011-01-08 00:00
월드컵 축구는 방송통신, 금융, 정치 등 세계 정치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월드컵 전쟁도 있었다. 엘살바도르와 온두라스는 월드컵 예선을 벌이던 1969년 열성팬들의 난동이 전쟁으로 비화, 3000여명이 죽고 1만명 이상이 다쳤다. 내전에 시달리던 아프리카의 코트디부아르. 정부군과 반군이 10여년간 유혈투쟁을 벌이다 2006년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끈 축구영웅 드로그바가 TV방송을 통해 내전 종식을 호소해 이듬해 평화가 회복됐다.
축구가 전쟁을 부르기도, 종식시키기도 한 것은 축구가 정치적 영향력이 크다는 방증이다. 축구는 많은 사람의 인생 행로도 바꾸어 놓는다. 축구 강국 브라질의 축구영웅 펠레와 지코는 체육부장관을 역임했다. 브라질의 룰라 전 대통령, 이탈리아의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축구를 정치에 적극 활용한 지도자로 꼽힌다. 정몽준 한나라당 전 대표에게도 축구는 정치적으로 빼놓을 수 없는 자산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축구대회 당시 대한축구협회장이자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이던 정 의원은 한국이 4강 신화를 이루자 그해 12월 대통령선거 직전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대회 유치 공로 때문이었다. 단숨에 여론조사 선두다툼을 벌였다. 막판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후보단일화로 좌절했지만 정 의원은 ‘축구 정치인’이었다. 정 의원은 기업인이자 정치인이지만 축구를 떼놓고 정몽준을 생각하는 국민은 많지 않을 정도다.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6일 FIFA 부회장직을 상실, 본인은 물론 한국축구가 충격에 빠졌다. 지난해 12월 스위스에서 열렸던 2022년 월드컵 유치전에서 같은 아시아국가 카타르에 밀려 월드컵 개최권을 따내지 못한 데 이은 커다란 시련이다. ‘축구 정치인 정몽준’의 위기다. 올해 60세의 정몽준. 정 의원 개인적으로는 축구를 고리로 한 대권 재도전 전략이 암초를 만나게 됐지만 인생은 새옹지마다. 그의 역전 묘수는 뭘까.
이춘규 논설위원 taein@seoul.co.kr
2011-01-08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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