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차이나플레이션/육철수 논설위원
수정 2010-06-22 01:28
입력 2010-06-22 00:00
중국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은 요즘 중국 노조(工會)의 임금인상 요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국 선전시에 있는 세계 최대 주문계약생산(OEM) 업체인 타이완의 폭스콘에서는 공교롭게도 임금인상을 요구하던 ‘바링허우 근로자’ 10명이 최근 잇따라 자살했다. 폭스콘은 급기야 900위안이던 월급을 2000위안으로 122%나 올렸다. 중국 노조의 파업은 일본의 혼다·도요타 현지공장을 넘어 전역으로 확산할 조짐이라고 한다. 저임금만 보고 중국에 공장을 지은 외국기업들은 보따리를 싸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중국 근로자들의 임금을 대폭 올리면 파급 효과는 엄청나다. 임금 인플레이션은 비용 증가와 가격인상을 불가피하게 한다. 이어 중국 내 물가 급등은 물론 세계의 물가를 자극하는 연쇄적 상황이 예견된다. 이른바 중국발 인플레이션(Chinaflation)이 현실화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중국에 생산시설을 갖고 있는 2만여개 기업 등 5만여개 기업이 진출한 만큼 마음을 놓을 상황이 아니다.
차이나플레이션의 중심에 바링허우가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40년 전 산아제한으로 현재 노동력이 부족해졌고 한 자녀로 자란 신세대는 선진국 근로자와의 임금차별에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더구나 이들은 인터넷 세대여서 세계 시장에 대한 정보력도 만만찮다. 저출산·고령화의 산물인 신세대에게 조부모·부모에 대한 부양부담이 크다는 점도 임금인상 요구와 무관하지 않다. 여기에 중국 근로자의 권리를 강화한 노동법(2008년 시행)까지 맞물려 있다.
중국 정부조차 일부 계층만 혜택받는 위안화 절상보다 다수 근로자에게 유리한 임금인상을 선호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세계인구(65억명)의 20%인 13억 중국인들이 동시에 펄쩍 뛰면 지구가 흔들린다더니 차이나플레이션의 현실화는 세계 경제의 공포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2010-06-2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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