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객기(客氣)와 용기(勇氣)/오이석 사회부 기자
수정 2009-09-25 00:30
입력 2009-09-25 00:00
일각에서는 위헌제청 이후 법복을 벗은 박 전 판사의 판단을 비난했고, 유사사건의 진행을 중지시킨 판사들도 비슷한 처지에 놓였다.
올초에는 박 전 판사를 비롯해 당시 형사단독 판사들의 재판에 법원장이 개입했다는 사실을 외부에 알린 판사들에 대한 비난도 쏟아졌다. 배후가 ‘좌파’라는 얘기들도 나왔다. 전국 법원에서 법관회의가 잇따라 일어나는 등 어수선했다. 일부에서는 판사들의 행동을 ‘봉기’로, 또 다른 일각에서는 ‘객기’로 여겼다.
재판개입 파문의 당사자는 오히려 어려운 시기를 굳건히 버텨냈다. 이런저런 공격에 굴하지 않고 버틴 용기에 일각에서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소용돌이에 휘말린 집시법 10조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24일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당장 법률의 효력이 없어지지는 않지만 사실상 식물 조항이 된 셈이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단 박 전 판사는 이미 법원을 떠났다. 용기가 아닌 객기라는 비난을 받으며 변호사 개업 후에도 공격을 받았던 그다. 하지만 헌재의 결정은 박 전 판사의 판단이 객기가 아닌 용기였음을 말해준다. 박 전 판사와 당시 형사재판을 담당하면서 재판개입 파문의 시발점이 된 판사들에게 ‘젊은 판사들의 호기와 객기’라고 평가했던 당사자는 헌재의 이번 결정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지 궁금하다.
오이석 사회부 기자 hot@seoul.co.kr
2009-09-2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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